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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사회적 분노에 '화들짝'… 인종주의 지우는 미국 -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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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미국내 인종차별 철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일제히 과거의 잔재를 청산하느라 부산스럽다.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의 기업들 가운데는 과거에 만들어진 브랜드 이름이나 로고 등이 종종 인종차별이나 인종에 기반한 고정관념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해당 브랜드나 로고를 없애야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오래된 역사가 있다면서 모르쇠로 일관하던 기업들이 플로이드로 촉발된 사회적 분노에 화들짝 놀라서 부랴부랴 움직이는 것이다.

1889년 설립돼 올해로 131년째를 맞는 브랜드 ‘앤트 제마이마(Aunt Jemima)’를 소유한 식품 대기업 퀘이커 오츠 컴퍼니는 해당 브랜드 이름과 로고를 퇴출한다고 밝혔다.

팬케이크하면 바로 떠오르는 앤트 제마이마의 브랜드명과 푸근한 미소의 흑인여성을 담은 로고가 잘못된 인종주의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 설명이다.

미국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친근한 미소의 흑인여성과 그를 제마이마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이 왜 잘못됐는지 의아할 수도 있다.

1862년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법적으로 폐지됐으나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존재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법 짐 크로우법이 존재하던 시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종차별적 브랜드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당시 미국은 흑인은 백인과 ‘평등’하지만 ‘분리’는 되어야 한다면서 공공장소인 기차와 버스, 화장실 등을 흑인전용과 백인전용으로 분리했다.

법적으로 노예제는 폐지됐으나 노예제 하에서 적절한 교육이나 재산 증식을 하지 못했던 흑인들은 여전히 백인 가정에서 하인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꾸려갔다.

앤트 제마이마는 백인 가정에서 아이들을 위해 팬케이크를 만들어주는 흑인 하녀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토드 보이드 교수는 “(앤트 제마이마의) 미소는 백인가정에서 일하는 흑인 하녀가 이에 대해서 행복해야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앤트 제마이마와 비슷하게 엉클 벤 쌀 브랜드도 인종차별적인 브랜드명과 로고를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엉클 벤은 1946년 만들어진 브랜드명으로 회사측은 쌀재배를 잘하는 농부 벤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 남부지역에서 남자 하인들을 엉클이라고 부르고 여자 하인들을 앤트라고 부르던 것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많았다.

   
뉴시스

노예제를 지지하던 남부지역에서는 흑인들을 존칭인 ‘미스터’와 ‘미세스’로 부르는 것을 거부하면서 대신에 엉클이나 앤트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시리얼 브랜드인 크림오브위트도 얼굴 가득 웃음을 담은 흑인 요리사가 시리얼 그릇을 들고 있는 로고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역시 과거의 흑인은 집안에서 일하는 하인, 하녀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집안의 음식을 하는 사람들이 부모가 아니고 흑인 하인과 하녀이고 이들이 만들어주는 음식이 맛있다는 과거 노예제와 짐크로우법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브랜드라는 분석이다.

‘과거 아름답던 시절’을 연상케한다는 브랜드들은 흑인들에게는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을 말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이보다 앞서서는 99년의 역사를 가진 버터브랜드인 ‘랜드오레이크’가 로고로 사용하던 미국 원주민 여성의 모습을 퇴출했다.

많은 미국 기업들이나 스포츠팀 등은 미국의 원주민들을 마스코트나 로고로 사용해왔는데 이는 과거 원주민들을 야만적이고 미개한 동물과 유사한 수준으로 취급한 것의 연장선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의 또다른 원주민인 이누이트를 낮춰부르는 에스키모(날 것을 먹는 사람이라는 뜻)를 사용한 브랜드인 아이스크림 ‘에스키모 파이’도 이름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관련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부랴부랴 이름을 바꾸는 것은 표면적 행위에 불과하다면서 진심으로 인종차별을 기업내의 문화에서 퇴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Martin kim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6.27  11: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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