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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43] 뉴욕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 - 조선일보

nycpolitic.blogspot.com
입력 2020.08.06 03:11

코로나 사태로 레스토랑 영업이 중지된 지 4개월, 뉴욕시는 우선 야외석을 허가했다. 레스토랑 앞 도로 일부를 막아 테이블을 놓고 손님을 받는 것이다. 차량으로부터 보호를 위한 45㎝ 두께의 바리케이드 구조물 설치, 종업원 마스크 착용, 테이블 간 사회적 거리 유지가 의무 사항이다. 뜨거운 햇볕과 비를 피하기 위한 차양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 공간이 생겼다. 천막으로 덮인 뉴욕 거리는 그 나름대로 유럽 같은 분위기도 풍긴다〈사진〉. 파리의 노천카페와 같은 풍경을 만들고 싶은데 쉽지 않다. 한여름 폭염에 아스팔트는 끓고, 비가 오면 직원들이 흠뻑 젖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위안은 맨해튼 공기가 좋다는 점, 그리고 다른 도시에 비해서 모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뉴욕의 노천카페 사진
얼핏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는 현재의 야외 레스토랑은 주인들에게는 생존의 몸부림이다. 당장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하고, 실업 수당을 선호하는 직원들의 빈번한 '노 쇼(no show)'에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손님에게 미소를 지으며 몇 없는 테이블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다행히 매일 저녁 성황이다.

그동안 레스토랑에 가지 못했던 뉴요커들의 갈증이 보상이다. 실내 영업을 못 하는 상황에 대한 임시방편이지만, 그리고 정말로 임시가 되기를 바라지만, 그 임시 기간만이라도 손님들이 단정하게 잘 차려입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이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즐기면 좋겠다.

도시의 열린 공간을 시민들이 즐기는 일, 도시가 보행자와 사람 위주로 재편성될 수 있는 대안은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사람이다. 잘 차려입은 옆 테이블 손님, 그리고 길거리를 다니는 멋진 사람들 말이다 . 시민들이 패션 테러리스트들처럼 옷을 막 입고 허접한 모습이면 이 공간의 미적 가치는 떨어진다. 뉴요커들이 레스토랑을 선택할 때 '피플 워칭(people watching)', 즉 물 좋은 장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파리나 밀라노처럼 노천카페가 발달한 도시에 패션이 발달한 것도 이런 연관성이 있다. 레스토랑과 도시 풍경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August 06, 2020 at 01:1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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