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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터졌을 때 그냥 방치될 걸 알았다”…미 소수인종 삶의 압축판 '브롱크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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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계·흑인 다수 거주 빈곤지역
코로나19·경기침체·가난 ‘삼중고’
10만명당 254명 사망 뉴욕 최고

실업률 높고 고용 개선도 더뎌
“약탈 없어 축복” 체념섞인 낙관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 하원의원이 16일 뉴욕시 브롱크스 지역에서 주민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 하원의원이 16일 뉴욕시 브롱크스 지역에서 주민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과 경기 침체, 심해지는 빈부 격차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전 미국을 휩쓴 반인종차별 운동에 힘을 불어넣은 배경으로 꼽힌다. 그리고 미국 내 소수 인종이 처한 삼중고를 압축해 보여주는 곳이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뉴욕의 가난한 자치구 브롱크스다. 뉴욕 중심지 맨해튼의 북동 지역에 있는 브롱크스는 전체 인구 중 ‘라틴계를 뺀 백인’의 비율이 2018년 기준으로 9%에 불과한 곳이다. 대다수는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계와 흑인이 차지한다. 또 집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 가구가 전체의 60% 정도로 추정된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물결로 ‘화약고’와 같던 브롱크스가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경제 봉쇄가 풀린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석달 동안 브롱크스 주민들이 뉴욕에서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심하게 봤다며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이 인구 10만명당 254명으로 뉴욕 내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피해가 심했던 건 가난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지역 주민 중 상당수가 화물차 운전이나 의료 보조, 대중교통 관련 업무 등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은 일에 종사한다. 소득 수준도 뉴욕 자치구 중 가장 낮아, 가구 중위소득이 맨해튼의 절반에도 미달하는 연 3만8천달러(약 4560만원)라고 신문은 전했다. 주거 환경도 코로나19에 취약하다. 구의원인 라파엘 살라망카는 “여기 있는 19층짜리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딱 두개 있는데 그중 하나는 항상 고장으로 서 있다”며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니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여는 등 지역 경제가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침체된 경기가 쉽게 되살아날지는 미지수다. 멕시코식당에서 일하는 마르코스 사베드라는 “(우리와 달리)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던 사람들도 상당수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고, 지역 언론인 가르시아 콘데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 우리는 그냥 방치될 것을 이미 알았다. 전에도 그랬으니까”라고 말했다. 흑인이나 라틴계의 어려움은 전국 실업률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노동부가 지난 5일 발표한 5월 실업률은 예상을 깨고 4월보다 1.4%포인트 떨어진 13.3%를 기록했지만, 소수 인종의 상황은 백인들에 비해 훨씬 나빴다. 백인의 실업률은 12.4%인 반면 라틴계는 17.6%, 흑인은 16.8%로 훨씬 높았다. 게다가 흑인과 아시아계의 고용 상황 개선은 다른 인종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년의 경제 확장기 끝에 와서야 경제적인 안정을 찾아가던 흑인 등 소수 인종의 상황이 코로나19로 다시 큰 어려움에 빠졌다고 최근 지적했다. 신문은 3~4월 두달 동안 흑인 35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과거 상황을 볼 때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흑인의 고용 상황 개선은 가장 늦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브롱크스에서 빵집을 하는 낸시 테스타는 “우리는 항상 운이 없다는 느낌이 이 지역을 지배한다”면서도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 이후에도 브롱크스에서 약탈 피해가 없었던 걸 언급하며 “아주 축복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말은, 체념에서 나온 브롱크스 사람 특유의 낙관론을 반영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June 16, 2020 at 04:4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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