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추모 시위 이후 경찰 위축… 적극 진압 사라져 총기사고 급증

이런 혼란이 시작된 건 지난달부터다. 6월 한 달간 뉴욕시민 270여명이 총격에 죽거나 다쳤는데, 이는 지난해 6월에 비해 154% 증가한 것이다. 7월 들어선 독립기념일 연휴 사흘간 64명이 총에 맞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뉴욕이 살육의 거리, 피바다가 됐다"며 "뉴욕이 1970~1980년대 범죄와 폭력으로 몸살을 앓던 때로 회귀할 것이란 공포가 덮치고 있다"고 했다. 뉴욕은 1990년대 중반까지도 연 2000여명이 총격으로 숨질 정도로 위험한 도시였다. 하지만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 시절부터 경찰력을 증강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 오명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문제는 미국 최강이라는 뉴욕 경찰(NYPD)이 대응을 거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총격 사건은 두세 배 급증하는데 검거율은 오히려 예년보다 90% 떨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전했다.
이유는 무엇보다 강력 사건에 투입할 경찰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 감염 증상이나 우울감을 호소하며 전체 NYPD 3만5000여명 중 20%인 7000여명이 병가를 내고 쉬고 있다고 한다. 남은 경찰의 상당수도 인종차별 반대 시위 대응이나 코로나 방역 관련 업무에 투입됐다. 불법 총기 소지자 등을 색출해내던 사복 경찰팀은 아예 해체됐다.
경찰이 비윤리적 집단으로 매도되면서 사기가 떨어진 탓도 크다. 강력 범죄에도 '선제적으로 나섰다간 무슨 비난을 받을지 모른다'며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최근 NYPD 중 두 명이 시위 진압 때 과도한 무력을 썼다는 이유로 기소되자 동료 수백 명이 사표를 썼다고 한다. 이달 초엔 뉴욕 시의회가 내년도 NYPD 예산 80억달러 중 10억달러를 삭감하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경찰 예산을 끊어라(Defund the Police)'로 극단화시킨 길거리 시위대의 주장을 정치권이 수용한 것이다. 흑인·히스패닉 등 저소득층이 밀집한 동네들이 주로 그 피해를 입고 있다.
그간 경찰 예산 축소, 불심 검문 금지 등 '경찰 개혁'에 앞장서온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최근 총격 사건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실직과 빈곤율 급증에 따른 사회 불안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FT는 이것으론 뉴욕에서 코로나가 잦아든 6월부터 총격이 급 증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뉴욕의 흑인 사회 지도자 등이 필요한 공권력 복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흑인 바네사 깁슨 뉴욕시 의원은 "우리는 경찰이 목을 누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총 맞지 않고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성명을 냈다. 우범 지역 시민들도 '뉴욕 경찰을 지키자(Defend the Police)'는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July 20,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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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64명 총상… 다시 '고담시티' 된 뉴욕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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