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에서 가끔은 유일한 여성 사진기자이기도 하고, 유일한 아시아계 사진기자이기도 해요. 현장의 보안 담당은 종종 제가 취재기자라고 생각하지도 못해요."
미국 뉴욕 헬스키친 거리에 사는 문지나(38) 작가는 지난 3월의 한 일요일 아침 무심코 창밖을 내다봤다. 평소 같았으면 링컨 터널 진입을 위해 차들이 줄지어 있을 곳이지만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 같이 비현실적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다.
"뉴욕은 잠들지 않는 도시라고들 하죠. 하지만 팬데믹으로 유령도시가 됐고, 모든 에너지가 한 순간 증발했어요.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문 씨는 7년째 뉴욕에서 살며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로이터, 게티 등 주요 매체에 사진을 제공하는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문 씨는 지난해 국제보도사진공모전 POYi(Pictures of the Year International) 레크리에이션 스포츠 분야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격동을 겪고 있는 미국 그리고 중심부 뉴욕, 그리고 그 뉴욕을 포착하고 있는 문 씨는 그 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문 씨가 BBC를 위해 선정해 제공한 사진으로 기사를 구성했다.
"커리어 초반에는 좀 힘들었어요. 보도사진계에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고, 나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남성들보다 '잘' 찍을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어요."
문 씨는 미국 그리고 다른 국가에서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시킨 하비 와인스틴 사건을 2017년 폭로가 시작됐을 때부터 취재해왔다. 처음 여성들의 폭로를 접하고 그는 분노했다고 했다.
"아마 제가 하비 와인스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한 유일한 아시아계 여성 사진작가일 거예요. 실제로 와인스틴을 봤을 때 그의 얼굴에서 뉘우침이란 찾아볼 수 없었어요. 분노가 치밀었죠."
이맘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뉴욕은 혼돈에 휩싸였다.
"전쟁터였어요. 정말 보기 참혹했어요. 구급차들은 미친듯이 다녔고 장례식장에는 시신이 쌓여갔죠."
이런 혼돈 속에서 문 씨는 장례식 진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마스크를 쓴 한 목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걷는 모습이 마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듯했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 울고 애도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보며 지칠 대로 지친 것 같았어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며 아시아인을 겨냥한 혐오 범죄가 늘자 그는 차이나타운에 갔다.
"갑자기 한 남성이 다가와 얼굴에 침을 뱉었죠. 너무 당황해 전 순간 얼어붙었어요. 셔터라도 눌렀으면 그 사람 얼굴이라도 남겼을텐데...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한 제 자신에 화가 났어요. 역겨웠어요. 당시 상황을 묘사할 수 있는 단어는 그 뿐이에요."
이후 인종 혐오 범죄를 취재할 때 그는 '수호자(Guardian Angels)'라고 명명된 차이나타운 순찰대와 함께 다녔다.
"사실 여성은 이런 차별과 폭력의 주요 타깃이에요. 이런 경우 뉴욕경찰은 전혀 도와줄 수가 없어요. 신고를 해도 가해자를 특정하고 찾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런 차별과 폭력을 당해도 여성 피해자들은 주로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다.
백인 경관의 무릎에 목이 눌려 목숨을 잃은 '조지 플로이드 사태'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시위에서도 문 씨는 활발히 취재 중이다.
"처음 시위를 취재한 것은 2014년 스태튼아일랜드에서 사망한 흑인 남성 에릭 가너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시위였어요. 당시에도 경찰과 시위대와의 폭력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취재하는 것이 위험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굉장히 달랐다.
"혼돈 그 자체였어요. 과거 '여성행진(Women's March)'이나 'DACA(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 폐기' 반대 시위와 비교해서도 취재하기 매우 어려웠어요. 시위대와 경찰 간의 긴장감이 극도에 달했거든요."
"시위대는 벽돌, 유리병, 원뿔형의 도로 표지 등 닥치는대로 들어서 경찰에 던졌고, 경찰차에 불을 질렀어요."
문 씨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취재기자라고 해서 경찰은 전혀 배려해주지 않는 상황이거든요. 그 누구든 상관없어요. 거슬리면 경찰이 체포하거나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상황이었어요."
"길게는 12시간 내내 장비를 들고 돌아다니는데 굉장히 힘들죠. 이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마찬가지예요. 신체적으로 버거운 일이에요"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내심을 기르는 법과 나름의 수완을 터득했다고 했다.
"사실 사진을 찍는 것은 철저히 외로운 일이기도 해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계속 셔터를 누르고 인내하는 것 같아요. 또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중요하죠."
취재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장 서운해 하는 건 11살 된 반려견 '치치'. 과거에는 취재를 나갈 때 도그시터를 썼지만 코로나19로 시터를 부르지 못한다. 그는 "엄마(자신)가 너무 오래 집을 비워서 서운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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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3, 2020 at 10:4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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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카메라에 담는 한인 여성 사진기자 문지나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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