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을 ‘짐’이라고 밝힌 그는 “평소에도 군대, 병원, 교도소에서 사람들을 돕고 있다”며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이렇게 음식을 나눠주는 것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실제 몇 분 뒤 한 젊은 여성이 냉장고를 열고 요거트 한 팩을 꺼내갔다. 아델이라는 이름의 이 러시아계 이민자는 “일주일에 두세 차례 와서 음식을 가져간다”며 “일자리도 없고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에 이런 곳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처럼 무료 음식에 의존해 살아가는 뉴욕시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 미국 최대도시이자 화려함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뉴욕이 겪고 있는 최악의 경제난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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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은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뉴욕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역 언론들은 분석한다. 뉴욕시 추산에 따르면 현재 시민 4명 중 1명꼴인 200만 명이 음식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 이전(100만 명)의 2배로 늘어난 숫자다. 뉴욕에선 봉쇄조치 초기였던 4월에 벌써 40%에 가까운 부모들이 자녀의 식사량을 줄이거나 끼니를 건너뛰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탐사전문 매체인 더인터셉트는 “지역의 봉사단체들이 어디선가 음식을 나눠주기 시작하면 주민들이 순식간에 몰려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배급받는 사람들 숫자도 매주 불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시는 시민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푸드 차르’(Food Czar·식량담당관)라는 직책을 새로 만드는가 하면, 시의 전반적인 위기대응관리를 맡고 있던 공무원을 급식 배달 담당관으로 발령했다. 또 시 전역에 400여 개의 식량배급소를 만들어 연중 운영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1억7000만 달러의 긴급 예산을 편성했다. 푸드 차르로 임명된 캐스린 가르시아는 “뉴욕에서는 누구도 굶지 않게 하겠다”며 “이런 대규모 식량난에 대응하는 것은 우리 도시가, 아니 세계 어느 곳에서도 도전해보지 않았던 엄청난 과제”라고 말했다.
식량난은 코로나19 초기 피해가 집중됐던 뉴욕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최근 바이러스가 최근 급속히 퍼지고 있는 캘리포니아, 텍사스주 등에서도 일자리를 잃은 서민들이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긴 줄을 형성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전체 가구의 20% 가량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추산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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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3, 2020 at 05:3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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