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옛 변호인이자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마이클 코언 등을 수사한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 연방검사장(61)을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본인이 직접 뽑은 인사를 석연찮은 이유로 경질하는 모양새여서 ‘정치적 외압’ 논란이 거세다.
CNN 등에 따르면 버먼 전 검사장은 19일 성명을 내고 “사임하지 않았고 사임할 의도도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20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해임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고 밝히자 버먼은 “정상적 법의 운영을 존중하기에 물러난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대통령의 ‘골프 친구’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낙점됐고, 상원 인준을 거치는 기간에는 오드리 스트라우스 뉴욕 남부검찰청 차장검사가 대행을 맡는다.
임기 4년의 연방검사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거친다. 뉴욕 남부지검은 주가조작 등 각종 금융범죄 수사로 유명하며, 법무부 산하 미 전역의 93개 지검 중 정치적 독립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버먼의 전임자인 인도계 프릿 바라라 전 검사장을 취임 두 달 만인 2017년 3월 경질했다. 바라라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에서 8년간 뉴욕 남부지검을 지휘하며 수많은 월가 거물을 기소해 명성을 떨쳤다. 트럼프 본인 또한 2016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유임을 약속했지만 ‘오바마가 뽑은 검사’란 이유로 가차 없이 내쳤다. 당시 바라라도 사표 제출 요구를 거부했지만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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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자인 버먼 전 검사장을 직접 면접까지 보고 낙점했다. 하지만 2018년 1월 취임한 버먼이 자신의 측근을 향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자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특히 그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의혹을 조사한 것이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신을 탄핵 직전까지 몰고 갔던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지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버먼 해임에 관한 질문을 받고 “법무장관에게 달린 일이다.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바 장관에게 책임을 돌렸다. 클레이턴 위원장이 의회 인준을 통과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집권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이지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연이은 사법부 개입을 껄끄러워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뉴욕 남부지검의 터키 국영은행 수사 문제를 챙겨달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가 임명한 검사들이 교체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볼턴은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인 터키 재무장관과 터키 은행 수사 문제를 논의했다고도 주장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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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1, 2020 at 02:31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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